서 론
우리나라의 1인당 한우고기 소비량은 2011년 3.8 kg에서 2022년 4.9 kg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Hanwooboard, 2023a).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우 사육 규모는 385만두로 역대 최고치에 도달하고, 내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이에 정부는 공급물량 증가로 인한 한우산업 안정화를 목표로 한우 소비 확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KREI, 2023).
한편, 기후변화, 코로나19, 소비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축산물 소비와 유통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식품 안전, 면역력,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였다. KREI (2023)에 따르면 설문대상자의 48.6%가 ‘코로나19 이후 식품의 안전성을 더 고려한다’고 응답하였으며, 소비자들은 식품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여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 소비생활을 추구하게 되었다(Choi and Kim, 2020; Lee et al., 2020).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경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후위기는 식품의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Shin 등(2009; 2015)에 의하면 기온 1°C 상승 시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발생 위험이 4.6% 상승하고, 식품매개로 추정될 수 있는 장염질환 발생 건수가 5%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또한 Park 등(2006)은 기온에 따른 세균성 이질 발생 양상을 분석한 결과, 기온 상승에 따라 세균성 이질 발생률이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해 상승된 기온은 식품 내 미생물의 빠른 증식을 초래함으로써 식품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육류는 단백질이 풍부하여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식품이기 때문에(Bekhit et al., 2021) 축산물의 유통시간과 유통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식품안전 확보에 중요하다. 2022년 경기도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식품제조가공·축산물가공(판매)업체 360곳을 점검한 결과, 65곳에서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을 위반한 행위 66건이 적발된 사례가 있었으며 그 중 한 식육판매업체는 –18°C 이하로 냉동보관해야 하는 한우 차돌박이 13 kg을 –0.4°C로 냉장보관하고 있었다(GSJP, 2022). 한편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대됨에 따라 육류의 구입형태가 온라인, 무인 정육점과 같은 형태로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한우고기의 구매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한우고기 구입 주요 사이트는 오픈마켓(29.1%), 대형마트 온라인몰(27.8%), 새벽배송 브랜드몰(23.4%) 순으로 조사됐다(Hanwooboard, 2023b).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온라인과 무인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포장육 및 식육가공품 720건을 수거해서 검사하였으며 그 결과, 포장육 1건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나와 해당 제품을 회수․폐기한 사례가 있었다(MFDS, 2023a). 또한 Lee 등(2022)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구매한 밀키트 제품 10개 중 3개 제품의 소고기에서 Listeria monocytogenes가 검출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한우고기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유통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력관리시스템이란 소, 돼지, 닭/오리/계란 등의 출생 등 사육과 축산물의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 관리하여 위생․안전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그 이력을 추적하여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8년부터 모든 한우에 대한 이력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Chung et al., 2018). 이는 축산농가의 생산, 이동, 출하에 대한 거래내역을 기록, 관리함으로써 농가에 대한 방역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으며 나아가 축산물유통에 대한 거래내역을 기록, 관리함으로써 축산물 유통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축산물이력번호를 이용하여 수도권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우고기의 유통시간 및 유통기온 조사를 통해 한우고기의 유통실태를 조사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2022년 6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서울 지역의 식육포장처리업소, 식육판매업소(정육점, 대형마트, 하나로마트, 슈퍼마켓, 온라인)에서 유통 중인 한우고기 중 등심과 우둔을 구입하였으며, 구입한 한우고기의 축산물이력번호를 수집하였다.
축산물이력제 사이트(https://mtrace.go.kr/)에서 이력번호를 조회한 후 개체정보(이력번호, 출생일, 개월령, 소의 종류, 성별), 도축 및 포장처리정보(도축장, 도축일자, 도축검사결과, 포장처리업소 소재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개체정보 자료를 활용하여 한우 도축 현황을 분석하고, 도축장 및 포장처리업소 소재지 자료를 활용하여 한우가 도축장에서 최종소비지까지 이동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력번호 조회 시 하나의 이력번호에 대하여 식육포장처리업소가 다수인 경우, 각 업소에서 유통되는 경우를 모두 고려하여 이동 시간을 분석하였다. 이동시간은 네이버 웹사이트의 길찾기 시스템에서 자동차로 이동할 때를 기준으로 소요시간을 조사하였으며, 길찾기 시스템에서 최소 시간과 최대 시간을 추출한 후 중간 값은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Excel®의 ‘MEDIAN’ 함수를 통해 계산되었다. 소비자가 식육판매업소에서 최종 소비지점으로 이동할 때 한우고기가 노출되는 온도를 조사하기 위해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과거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시료를 구입한 날짜의 일별 평균기온, 최고기온, 최저기온 자료를 수집하였다.
한우고기 시료는 총 206개가 수집되었으며, 부위별로 등심 102개, 우둔 104개가 수집되었다. 수집된 한우고기 시료 206개 중 이력번호가 없거나 중복된 번호 43개, 묶음번호 24개, 식별번호 오류 4개를 제외한 총 135개에 대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수집된 정보 중 개체정보(소의 종류, 성별), 도축장 및 포장처리업소 소재지, 유통시간에 대하여 빈도분석(frequency analysis)은 SAS®(SAS Institute, Cary, NC, USA)를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수집된 온도 데이터는 @RISK 프로그램(Palisade, Ithaca, NY, USA)을 이용하여 확률분포모델을 도출하는 데 사용되었다.
결과 및 고찰
시중에 유통 중인 한우고기의 성별은 거세우가 71.9% (97/135), 암소가 28.1%(38/135)였으며(Fig. 1A), 연령별로는 30–39개월령 57.8%(78/135), 20-29개월령 25.2%(34/135), 60–69개월령 4.4%(6/135), 40–49개월령 3.7%(5/135) 순으로 나타났다(Fig. 1B).
수집된 한우고기의 이력정보를 토대로 유통채널의 소재지를 분석하였다. 도축장 소재지는 경기도 38.5%, 충청도 35.6%, 경상도 16.3%, 전라도 5.9% 순으로 나타났다(Fig. 2A). 서울에서 유통 중인 한우고기의 식육포장처리업소 소재지는 경기도 26.3%, 서울 25.4%, 경상도 23.7%, 충청도 11.9% 순으로 나타났다(Fig. 2B). 식육판매업소 소재지의 경우, 서울 93.0%, 경기 7.0% 순으로 확인되었다(Fig. 2C). 서울에서 유통 중인 한우고기의 도축장 및 식육포장처리업소 소재지가 주로 경기도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수도권에서 유통 중인 한우고기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도축되어 유통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한우고기는 기본적으로 도축장에서 도매(식육포장처리업)와 소매(식육판매업)를 거쳐 소비자에게 유통되며, 도매 단계를 제외하고 도축장에서 소매 단계로 유통되기도 한다(KAPE, 2022). 유통단계별 이동시간은 Fig. 3과 같다.
도축장에서 식육포장처리업소로 유통되는 한우는 도축장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78.4%(131/167)였다. 이를 동일한 행정구역(단위: 도) 내에서 이동(이하 지역 내 이동)하는 경우와 행정구역 간에 이동(이하 지역 간 이동)하는 비율을 조사하였다. 지역 내 이동의 경우 전체의 30.5%였으며, 이동시간은 최소 4.3분에서 최대 35분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이동시간이 10분이 채 되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의 식육포장처리업소가 도축장과 같은 건물에 있거나, 도축장과 이웃(10 km 이내)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역 간 이동하는 비율은 도축장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47.9%였으며, 이 중 충청도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비율이 14.4%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에서 서울 4.2%, 충청도에서 경기도, 경기도에서 강원도 및 전라도에서 경기도는 2.4%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이동시간은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이동할 때 최소 64.8분으로 가장 짧았고, 전라도에서 경기도로 이동할 때 최소 180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축장에서 식육판매업소로 유통되는 한우는 도축장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21.6%(36/167)였으며, 식육판매업소 형태는 모두 정육점, 슈퍼마켓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이었다. 해당 경로는 지역 내 이동 사례는 없었으며, 지역 간 이동의 경우 경기도 소재 도축장에서 서울 소재의 식육판매업소로 이동하는 비율이 14.4%로 가장 높았고, 충청도 소재 도축장에서 서울 소재의 식육판매업소로 이동하는 비율은 7.2%로 나타났다. 이동시간은 최소 64.1분에서 최대 141.0분으로 나타났다.
식육포장처리업소에서 식육판매업소로 유통될 때, 동일 지역 내에서 이동하는 비율은 식육포장처리업소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17.0%(18/106)로 나타났으며, 그 중 서울 내에서 유통되는 빈도는 16.0%(17/106)였다. 동일 지역 내 이동 시간은 최소 19.4분에서 최대 79.0분으로 추정되었다. 지역 간 이동하는 비율은 식육포장처리업소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83.0%(88/106)였으며, 경상도에서 서울 28.3%(30/106), 경기도에서 서울 26.4% (28/106), 충청도에서 서울 13.2%(14/106) 순으로 높았다. 유통시간은 최소 41.0분에서 최대 344.0분으로 확인되었다.
식육판매업소에서 소비자에게 유통될 때, 동일 지역(서울) 내에서 이동하는 비율은 식육판매업소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93.6%(132/141)로 나타났으며, 동일 지역 내 이동 시간은 최소 22.0분에서 최대 26.2분으로 추정되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지역 간 이동하는 비율은 6.4%(9/141)였으며, 이는 모두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이었다. 이 때 유통시간은 최소 75.0분에서 88.0분으로 확인되었다.
이 조사를 통해 식품판매업소에서 소비지까지 이동 시간에 대한 정보가 획득되었고 이 정보는 유통현황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식육은 식품공전에 따라 보존 및 유통온도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규정된 온도에서 보존 및 유통해야 하며, 가공상태나 그 종류에 따라 온도에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원료육은 냉장(0°C–10°C) 또는 냉동(–18°C 이하) 온도에서, 분쇄육 및 가금육을 제외한 식육, 포장육, 기타 식육의 경우 냉장(–2°C–10°C) 또는 냉동(–18°C 이하)에서 보존 및 유통되어야 한다. 분쇄육 또는 가금육도 냉장 및 냉동(–18°C 이하)온도에서 보존 및 유통되어야 하며, 냉장온도의 범위가 –2°C–5°C로 더 낮다(MFDS, 2023b).
하지만 식육판매업소에서 최종 소비지로 이동할 때는 이러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조사된 기온 데이터를 사용하여 계절별로 한우고기가 식육판매업소에서 최종 소비지로 이동할 때 노출될 수 있는 온도에 대한 확률분포모델을 도출한 결과, 봄․가을철의 경우 –2.1°C–28.8°C 온도 범위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Fig. 4A). 또한, 여름철에는 18.1°C–33.4°C, 겨울철에는 –9.6°C–14.3°C 온도 범위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Figs. 4B and C).
2022년 한우고기 소비동향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우고기를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며, 주요 구매 장소는 대형할인점(40.2%)이 가장 높았다(Hanwooboard, 2023b). 한우고기 구입 후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식품의 품온 변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미생물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철은 높은 기온에 의해 위해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데,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높은 기온이 오랫동안 유지됨에 따라 품질과 안전성 유지를 위해 유통시간을 단축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요약 및 결론
본 논문에서는 축산물이력번호를 통해 수도권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우고기의 유통시간 및 노출온도를 조사하였다. 유통단계별 이동시간의 경우, 도축장에서 식육포장처리업소로 이동 시 최소 4.3분에서 최대 249.5분, 도축장에서 식육판매업소로 이동 시 최소 64.1분에서 최대 141분, 식육포장처리업소에서 식육판매업소로 이동 시 최소 19.4분에서 최대 344.0분이 소요되었다. 마지막으로 식육판매업소에서 최종 소비지로 이동할 때 최소 22분에서 최대 88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에 따라 식육판매업체에서 최종 소비지로 이동될 때 한우고기가 노출되는 기온의 경우, 봄․가을철 –2.1°C–28.8°C, 여름에는 18.1°C–33.4°C, 겨울에는 –9.6°C–14.3°C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일부 지역에서 유통되는 한우고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또한 표본의 크기가 작으므로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도록 향후 연구는 전국에서 소비되는 한우고기에 대해 더 큰 규모의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논문의 결과는 향후 한우고기에서의 미생물 생장 예측모델 개발 시 유통 시뮬레이션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해평가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